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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구석에 보이는 흙에 대한 궁금증

2. 도로 옆 시멘트 틈에서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나무나 풀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흙과 물, 햇빛 그리고 공기가 있어야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근대 화학이 탄생하기 전까지 2000년간 서구의 물질관을 지배해 온 고대 그리스 시대의 흙×××공기의 4개 원소가 결합하여 만물이 구성 된다는 4원소설을 예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말의 심오한 눈빛이 없이 보통사람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식물이 자라기 위한 4대 요소가 그렇다는 것이다. 햇빛이야 으레 날이 밝으면 비치는 것이고, 공기도 세상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것이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은 식물이 흡수할 수 있기 위하여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데, 혼자 힘으로는 중력에 의하여 더 낮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 압력과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압력을 이겨 낼 수가 없다. 흙이 있어야 물을 보듬고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유지할 수 있다. 식물이 자라는 데는 흙이 중요하다.



시멘트 틈의 좁은 공간이나 보도 블럭 사이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그곳에 흙이 있다는 것이고, 그 흙의 양은 그 속에 터를 잡은 식물에게는 충분한 물을 공급하고 충분한 영양분도 공급된다는 의미가 된다. 바위 틈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은 양의 흙은 바람에 날려 오는 먼지나 근처에서 비산된 먼지들이 쌓인 것이 일차적인 재료가 된다. 먼지에는 흙 알갱이, 식물이나 동물이 분해된 유기물 알갱이, 자동차 바퀴에서 발생하는 고무가루, 공기 중에 있다가 비와 함께 내려온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이 뒤섞여 있을 것이고, 바위나 시멘트의 틈이 벌어지면서 생긴 작은 돌 조각과 작은 시멘트 조각들도 같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 흙의 또 다른 재료는 이끼이다. 아무리 새로 공사를 끝낸 건물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이끼가 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끼의 사체가 쌓여간다. 하물며 틈이 있다면 이끼의 사체는 바람에 날리지 않고 쌓일 것이고 박테리아에 의하여 분해되면 그것이 곧 식물이 자라게 하는 흙의 토대가 된다.  이러한 먼지들이 쌓인 시멘트 틈이나 바위틈에 충분한 빗물이 스며들면 중력에 따라 내려가던 물이 갇힌 공간에 막히고 먼지알갱이 사이사이에 모관수가 채워진다. 구석에 자연스럽게 쌓인 먼지와 그 속에 빗물이 스며든 뒤로는 누군가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밟거나 누르지 않는 한 적절히 폭신폭신한 흙이 되고, 고상과 액상 기상이 적절한 비율(50:25:25)로 유지되어 식물이 자라기 좋은 상태가 된다.



이제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바위 틈에 내려 앉고 또 그 위에 먼저가 덧쌓이면 밭을 쟁기질하여  고랑을 내고 푹신해진 이랑에 씨를 파종한 것이나 진배 없어진다. 온도만 적절히 유지되고 가뭄이 들어 먼지 속에 저장되어 있던 물기가 마르지 않는다면 드디어 보도 블록 틈에서 또는 바위 틈에서 식물의 싹이 올라오게 된다.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바위 틈에 쌓인 먼지와 물기를 자궁 삼아 싹이 올라올 때는 씨앗에 저장되어 있던 영양소를 이용한다고 해도, 자라서 줄기를 만들고 잎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들이 공급되어야 한다. 시멘트 벽의 틈 사이에서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9개의 다량원소들과 8개의 미량원소들이 무기질 형태로 최소량의 법칙을 지킬 만큼은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들은 시멘트 옹벽 틈에도 있고, 인도의 보도 블록 틈에도 있고 바위의 깨진 틈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이 그렇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원소

흡수형태

건물 중 함량(%)

 

탄소

CO2

45.0

다량원소

산소

H20

45.0

수소

H20

6.0

질소

NO-(질산), NH4+(암모늄)

1.5

칼륨

K+

1.0

칼슘

Ca2+

0.5

마그네슘

Mg2+

0.2

H2PO4-, HPO42-

0.2

SO42-

0.1

염소

Cl-

0.01

량원소

Fe2+, Fe3+

0.01

망간

Mn2+

0.005

붕소

BO33-, B4O72-

0.00215

아연

Zn2+

0.002

구리

Cu+, Cu2+

0.0006

몰리브텐

MoO2-

00.00001

니켈

Ni2+

매우 미량

 

 

 

 

 

 

 

 

 

 

 









           






    <식물의 17개 영양원소와 함량[1]>

 



모든 유기체는 물과 탄소가 결합한 탄수화물((CH2O)n, n3)과 탄수화물에 질소가 추가 결합한 단백질(아미노산의 축합반응으로 만들어짐)이 주요 구성 성분이다이러한 유기물에 포함된 질소는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무기질 질소로 분해되어 식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가 된다. 탄소는 공기 중에 300ppm 정도 차지하면서 거의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얻고, 물은 먼지 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이용하면 된다.



질소는 먼지에 포함되어 있는 유기물의 질소 성분과 스며드는 빗물에 녹아 있는 질소 성분을 이용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토양에는 0.03 ~ 0.3%정도의 질소가 함유(유기질이 많은 토양에서는 0.5%)되어 있는 데, 도로 옆 구석에는 가로수 낙엽이 부서진 가루, 앞서 자라다가 죽은 식물의 뿌리, 토양의 겉흙에서 날려온 먼지 등과 같은 유기물이 섞여 있으므로 토양에서의 질소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빗물에는 공기 중의 질소가 질산이온(NO-) 형태로 녹아 있다. 대기 중에 있는 78%의 질소는 번개가 칠 때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일산화질소(NO)가 되고 이는 다시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질소(NO2) 가스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질소는 빗물에 녹아 질산이온 형태로 질소가 포함되는 것이다. 질산이온이 포함된 빗물이 시멘트 틈으로 스며들면 식물의 뿌리에 의하여 흡수된다. , 공기 중의 질소가 식물에 고정되는 것이다. 번개가 많이 치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라는 말이 있는 데, 번개로 인하여 그만큼 많은 질산이온이 만들어지고 작물에 비료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먼지 속에 있는 질소 성분과 빗물에 포함된 질소 성분이 식물이 자라기에 충분한 양인지 아닌지를 어림으로 짐작할 수는 있다. 시멘트 벽 틈에서 자란 망초가 6개월 동안에 건초 무게로 10g이 성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서의 건초는 100~110도에서 생체를 가열하여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여 얻은 것이고, 통상 초본성 식물에서 생체의 수분 함량이 80~95%[2]이기 때문에 망초의 건초 10g은 생체 100g (라면 한 봉지 무게)정도로 자란 것으로 타당한 가정으로 보인다. 6개월에 10g이 생장했으므로 건초에서의 질소 함량이 약 1.5%임을 고려하면 6개월 동안 흡수한 질소는 총 150mg이다. 시멘트 벽 틈에 쌓여 있는 흙의 무게가 50g정도만 되고, 흙 속에서의 질소량을 0.3%정도가 잡는다면 총 질소량은 150mg이 된다. 또한 50g의 흙은 1.29g/cm2의 평균적인 흙의 전용적밀도 값을 이용하면 약 40cm3의 공간을 의미하고, 이 공간에 1년 중 109일에 걸쳐서 오는 1,450mm[3]의 빗물이 스며들어 추가적인 질소 성분을 공급하게 된다.   



  






조그맣게 보이는 시멘트 옹벽 틈도 식물이 자라기 위한 탄소, 수소, 산소 그리고 질소의 공급은 어림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식물이 생장을 위한 세포를 만들고 대사활동을 하기 위하여 이외 필요한 나머지 13개 영양소들도 필요한 데, 바람에 날려오거나 비산되어 쌓인 먼지들로 구성된 적은 양의 속에 이러한 영양분들도 과연 있을까?







[1]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 이완주, 2002, p149

[2] 양액 및 관비 재배 기술(수분과 작물생육), 김동억,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진흥과

[3]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타센, http://sts.kma.go.kr/jsp/home/contents/applystatic11/view.do?applyStaticId=krpnslClmSt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