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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 무에 대한 궁금증

1.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나는 책상 앞에 서서 눈앞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눈 앞에 책 몇 권,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몇 가지 건강보조재가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들과 내 눈 사이에는 공기가 있다. 눈앞에 손을 내밀어 휘저어 보니 당연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손으로 휘저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기를 허공이라고 한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창문을 열면 바람이 세차게 들어오면서 공기의 흐름을 느끼지만 그것은 바람 일 뿐이지 물리적인 실체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손으로 만져지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없어서이다.   


사실 허공속에는 많은 것이 있다. 공기가 있고, 변동량이 큰 수증기를 제외하여 체적비로 볼 때 질소 78.1%, 산소 20.9%, 아르곤 0.9%, 이산화탄소 360ppm 기타 여러 가지 기체로[1] 구성되어 있다. 물론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들도 있다. 미세먼지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논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논외로 하자.


만약 무엇인가가 만져진다면? 무엇인가 투명한 실체가 공 속에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빛의 반사, 굴절이나 흡수가 없고, 빛을 파장의 왜곡 없이 100% 투과하는 물체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상적으로 투명한 물질은 눈으로는 느낄 수 없지만 손으로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러한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헤리포터의 투명망토가 이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2].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으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도 상식적인 인식체계에서 볼 때는 옳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극단의 ()’를 의미하기 보다는 손을 휘저어 무언가를 느껴보려고 하는 의도에 걸 맞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텅 빈 방을 보고 나서도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사실 텅 빈 방에는 바닥도 있고, 벽도 있고, 천장도 있고, 많은 것이 있는 데도 책상이나 옷 같은 일상적인 물건을 기대하면서 보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공기로부터 만들어지는 것들



인공 석유



공기로부터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상용화 수준까지 왔다는 기사가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무에서 유’. 독일에서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섭씨 800도의 고온에서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은 수소를 결합시켜 만든다는 것이다[3],[4].   불르크루드(blue crude)’라고 하는 이 인공석유는 질소와 황 같은 불순물이 없어서 이론상 매연과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생산비용이 리터당 1유로 35센트(1900)으로 현재 48센트(670)인 기존 석유의 생산단가에 비하여 경쟁력이 없지만 기존 화석연료인 석유에 비하여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에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톤 당 U$100 이하 비용으로 포집할 수 있는 ‘Direct Air capture(DAC)’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의 기술로는 이산화탄소 포집하는 비용이 톤 당 U$600으로 인공연료를 만들기에 고가였으나, 2009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하여 2015년 시험시설을 건설해 지금은 기술적, 비용적인 부분을 개선하여 상용화에 가까이 왔다는 것이다[5].  인공석유를 만들기 위하여 이산화탄소와 결합할 수소도 공기 중의 수증기를 포집하여 전기분해하면 된다.  



 


석유가 탄화수소 화물들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를 얻고, 물로부터는 수소를 얻어서 반응하면 되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선뜻 이해는 가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공기로부터 석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 석유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플라스틱을 만들고 각종 화학약품의 재료로도 쓰이겠지?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하니까 있는 것이 된 것이다. 원래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리가 인지 하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 맞겠다. ‘없는 것있는 것또는인지 하지 못하는 것인지하는 것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탄소

원유에서 얻는 방법

이름

1~5

25도 이하에서 증류한 유분

석유가스

5~6

원유를 40~70도 증류한 유분

석유에테르

가솔린/휘발유 또는 나프타

6~7

원유를 70~120도 증류한 유분

석유벤제

7~9

원유를120~150도 증류한 유분

리그로인

12~16

원유를 150~300도 증류

등유

16~20

원유를 300~350도 증류

경유

20~25

원유를 350도 이상 증류

중유

25개 이상

원유를400도 이상 증류에서 남은 물질

아스팔

※ 탄소 수는 인터넷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음 

 




거대한 양버즘나무



신길역 근처의 영등포로에 가보면 흉고 지름이 1m정도는 되는 정말로 거대한 양버즘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 시내에 양버즘 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식재한 시기가 1980년대이므로 수령이 아마도 최소한 50년이상은 된 녀석들인 것 같다. 이 거대한 나무의 재료도 실은 대부분 공기다. 이 녀석을 뿌리와 같이 통채로 파내어 구성성분을 분석해보면, 70%이상이 물이고, 29.4%정도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며 나머지(0.6%정도)가 칼륨이나 인, 철 같은 미량원소들이다. 생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내린 빗물이 뿌리를 통하여 흡수한 것이다. 나무 세포는 수분을 제외하면 세포벽을 이루는 셀루로오스와 리그닌 같은 탄수화물 ((CH2O)n, n3)과 세포 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백질(아미노산의 축합반응으로 만들어짐)로 구성된다. 탄수화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이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 결과로 생성된 것이다.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가 빗물에 녹아 들어간 채로 땅에 스며들면, 뿌리에서 흡수되어 탄수화물과 결합하여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흙 속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질소를 흡수하는 것이 많지만, 유기물도 대기 중의 질소를 흡수하여 합성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재료는 대기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나무의 99.4%는 대기를 재료로 만들어지고, 0.6%정도 만이 흙 속에 있던 미량원소를 흡수한 것이다. 그렇다. 거대한 양버즘 나무도 인공석유처럼 에서 만들어진 이다.  







  



공기의 연금술 : 공기로 빵을 만드는 법



인간이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한 이래로 세계인구는 농경지의 흙 속 질소량에 의존하여 증가해 왔다. 질소는 생물의 DNA 내 모든 유전자와 모든 단백질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성분으로, 흙 속에 고정된 질소가 많을수록 작물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다. 우리가 온 종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78%가 질소이지만, 암모늄이온이나 질산이온으로 전환되어 식물이 흡수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무기물일 뿐이다. 더욱이 질소는 화학적으로 안정화되어 있어서 천둥번개처럼 강력한 에너지에 노출되거나 특수 박테리아에 의하지 않고서는 다른 원소들과의 화학반응이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다.  


인공적인 질소비료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농지에의 질소 투입은 제한적이었다. 인위적인 방법은 고정질소가 풍부한 썩은 식물이나 동물 배설물 등의 거름을 농지에 뿌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거름은 농지와는 별개로 가축을 방목하는 넓은 초지가 있거나 또는 농지에서 가축 방목과 농경을 번갈아 하는 경우가 아니면 해마다 충분한 양을 생산하지 못했다. 자연에서 질소 투입이 되는 경우는 천둥번개나 콩류 식물의 뿌리에 사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질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양도 적다.


20세기 초까지 흙 속의 질소량은 거름이나 자연적인 질소 고정에 의존했고, 그 양은 전 세계적으로 1.2억톤 정도였다[6]. 이때까지의 세계인구의 추이를 보면 1804 10억명을 넘기고 나서 1900 16 5천만명, 192720억명 정도였다.


하지만, 190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에 의하여 개발되고, 카를 보슈에 의하여 상용화되었던 하버-보슈시스템에 의하여 대기 중의 질소를 이용하여 질소비료(황산암모늄)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흙 속에 질소 투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인구는1960 30, 1974 50, 1987 50, 1999 60, 2012 70억명, 2017 75억명에 달했다. 60년 동안에 1년 평균 0.95억명이 증가한 셈이다.


동 기간에 전세계 질소비료의 생산량을 보면 1960 0.1억톤보다 약간 많은 정도였는 데, 해마다 선형적으로 증가하면서2012년에는 1.2억톤을 넘어섰다. 이는 자연적으로 식물에 공급되는 질소의 양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75억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있다는 것은 농작물의 품질계량이나 농법 등이 개선된 효과도 있겠지만, 인공 질소비료의 생산량 증대와 관련이 많다. 만약 하버-보슈시스템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현재 인구에서 최소한 3분의 1 25억명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세계인구 추이[5]>



          <세계 질소비료 생산량 추이[6] (1Tg 0.01억톤) >

 


 

하버-보슈 시스템은 공기 중에서 얻은 질소와 탄화수소물로부터 얻은 수소를 고온고압 환경에서 촉매를 통하여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할 수 있는 장치이다. 질소는 공기를 산소의 기화점까지 냉각하여 산소가 액화되면 아직은 기체인 질소를 포집하였고, 수소는 탄화수소물인 코크스와 뜨거운 증기를 반응시켜 발생하도록 하였다. 화학적으로 안정화된 질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고온고압이 필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암모니아는 화학적으로 덜 안정화된 물질이기 때문에 고온고압에서 또 쉽게 질소와 수소로 분리되어 버리는 딜레마가 있었다. 2만여회의 실험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는 적절한 촉매제를 찾아 딜레마를 해결하였고 마침내 공기로부터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완성하였다[9].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는 ’(공기)에서 ’(암모니아)를 창조했고, 75억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3] 카가이, 2017.10.06, http://www.carguy.kr/news/articleView.html?idxno=20113

[4] BIZION, MoonYoung, 2017.11.03, http://www.bizion.com/bbs/board.php?bo_table=tech&wr_id=331&sca=Eco%2CEnergy%2CHousing

[5] Joy Vancouver, 2018.06.18, https://joyvancouver.com/dac_180611/

[6] 흙의 시간, 후지이 가즈미치/임혜은옮김, p195

[8] Global nitrogen and phosphorus fertilizer use for agriculture production in the past half century: shifted hot and nutrient imbalance, Earth System Science Data, 9/18/2017

[9] 공기의 연금술, 토머스 헤이거/홍경탁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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