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와 무에 대한 궁금증

2. 벽을 통과하는 유령


벽을 통과하는 유령

 



 

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해 보면 4차원의 세계에 대하여 관심이 무척 많았었다. 대학교 1학년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사람의 성격을 평할 때, 평범한 사회생활 속에서 서로가 공유하는 사고체계의 틀을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할 때 보통 ‘4차원적이라고 한다. 혼자 무엇인가의 주제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고 누가 물어볼 때 엉뚱한 답을 한다. 난 아마도 현실 세계의 저편(beyond the real)에 있는 무엇인가를 좇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들이 풀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힘들어서 현실의 모든 것을 퉁 쳐서 잊어버리고 싶은 본능도 일부분 작용했겠지만, 근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4차원의 세계를 소개하는 기사나 책을 보면 투시, 초능력, 염력, , 텔레파시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쉽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 중에 유령이 벽을 통과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정확한 문구는 모르지만 맥락은 다음과 같았다.



벽은 파장이 길어서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으로 된 하나의 파동일 뿐이고유령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짧은 파장의 파동일 뿐이다그래서 짧은 파장의 유령은 긴 파장의 벽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물리학적 이론 배경을 가지고 주장한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언뜻 보았을 때 매우 그럴 듯하게 다가왔다. X선으로 몸 안의 뼈대를 볼 수 있고,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같은 방사선은 콘크리트는 물론이고 금속도 일정 부분 통과할 수 있다는 물리 상식과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더욱 진짜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업데이트된 물리지식으로 다시 돌이켜보면 모든 입자들은 미소크기(끈은 10-31m로 수소 핵의 10-16)의 작은 고리형태의 끈(string)의 진동이고 진동 주파수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기본 입자(17개의 기본 입자[1])로 보인다는 끈이론[2]과도 개념이 비슷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질은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 파동일 뿐이라는 것은 논리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있는 것없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은 콘크리트와 돌로 만들어지고 그것들은 분자들 간의 각기 다른 화학결합으로 만들어지고 분자는 또 원자들로 구성된다. 딱딱한 을 구성하는 단위인 원자도 딱딱한 것일까? 아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사실은 전자구름)로 구성되는 데, 핵과 전자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허공이다.


가장 단순한 원자인 수소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그 허공이 얼마나 큰 공간인지 알 수 있다.


 



수소 핵과 전자 사이 공간의 체적은 4/3×π×[ (12.5×10-12m)3 – (1.6×10-15m)3 ]이 되는 데, 이는 수소 원자 체적의 99.999999999997%이다. 수소원자의 핵이 0.5mm 볼펜심의 크기라면 전자는 15.6m의 거리에 떨어진 속에서 돌고 있고 그 사이에는 허공이다. 수소원자 자체가 사실상 허공인 것이다. 수소원자뿐만 아니라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118개의 원자 모두가 대부분 허공이다. 22~25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 인간들도 빈 공간인 것이다[3]. 그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다만, 전자구름이 해 주위를 돌면서 차단 막을 치고 있다. 원소기호 숫자만큼의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돌고 있고, 이러한 원자간에 결합된 분자는 전자로 인한 차단 막이 쳐져 있어서 밖(?)에서 볼 때는 물리적인 실체로 꽉 채워진 실체로 보인다.


유령이 통과하는 은 이러한 분자들이 수cm 또는 수십 cm의 두께로 질서 있게 단단히 배열되어 있어서 가시광선이 투과하지 못하고 일부는 반사되어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기체는 대체로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자유운동을 하면서 배열하고 있어서 가시광선이 투과하기 쉽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물이나 유리처럼 투명한 물질은 기체가 아니지만, 분자의 배열이 규칙적이지 않고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가시광선이 투과할 수 있다[4].


원자가 원래 허공이라면 눈에는 보인다 하더라도 유령처럼 사람도 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전자구름이라는 마이너스(-) 전하의 차단 막과 분자들 간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고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체나 입고 있는 옷 등 모든 물질은 전자구름의 차단 막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이 벽에 근접(원자 단위 거리 만큼)하면 마이너스(-) 간에 강한 척력의 전기력이 작용하여 서로 통과하지 못한다. 기체 속으로 손을 뻗는 것이 가능한 것은 손의 표면의 전자구름과 기체의 전자구름이 서로 밀쳐서 분자 간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 않은 기체 분자가 밀려나가기 때문이다.   




[3] iT News, 2017.01.22, http://www.itnews.or.kr/?p=20694

[4] LG사이언스랜드, http://lg-sl.net/product/infosearch/curiosityres/readCuriosityRes.mvc?curiosityResId=HODA200405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