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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 대한 궁금증

5. 한글자판의 글쇠별 사용 빈도


한글 자판의 글쇠별 사용 빈도

 

내가 가지고 있는 K120 키보드는 1982년 대한민국 국가 표준 글자판 배치인 표준 두벌식(KS X 5002) 키보드이다. 표준 두벌식 자판은 영문 QWERTY자판의 영문자 26자 자리에 한글 28개 자모를 배치한 것이다.


한글 키보드 역시 한글 타자기에서 유래했다한글 타자기는 두벌식과 세벌식네벌식 등이 있는 데초기에는 영문 타자기를 활용한 두벌식 가로 풀어쓰기 수동 타자기가 사용되었다세로로 모아 쓴 한글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가로로 풀어 쓴 한글은 읽기가 쉽지 않았고두벌식 타자기가 보급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자음을 타이핑할 때 초성과 종성을 구분할 수 없어 풀어쓰기 방식으로 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수동 두벌식 타자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치과의사 공병구가 세벌식 수동 타자기를 개발하여 모아 쓰기가 가능하게 되면서 실용적으로 보급되었다타자기에서 별 빛을 받지 못하던 두벌식은 자판의 적용 대상이 타자기에서 전신기와 컴퓨터의 키보드로 이동하면서 두벌식에서 초성과 종성 자음의 구분이 안되었던 취약점은 IME(Input Method Editor)을 통하여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고영문 QWERTY 배열에 한글 자모를 배치한 두벌식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하지만두벌식 키보드에서는 도깨비불 현상[1]이 발생하고왼손으로 초성과 종성인 자음을 치는 횟수가 오른손으로 중성인 모음을 치는 횟수가보다 많아 왼손의 피로도가 더 클 뿐만 아니라 타이핑 속도가 세벌식보다는 다소 더디다는 평가가 있다두벌식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컴퓨터에서는 두벌식 자판이더라도 세벌식으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그림9> ).



필명 팥알이 정리한 한글 타자기의 연보를 보면, 1917년 이원익과 이진일 두 사람이 Ramington사의 타자기에 88개의 글쇠를 적용하여 개발한 두벌식 한글 타자기가 최초의 타자기로 유력하다. 키의 숫자가 많고 글자의 모양도 상용화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어서 1927년 한글 타자기 발명가 송기주가 두벌식의 풀어쓰기 타자기를 개발하였다. 당시에 주시경과 김두봉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은 영문 타자기를 활용하여 한글 기계화를 이룰 방안으로 가로 풀어쓰기를 연구하였지만, 모든 한글을 세로 모아쓰기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가로 풀어쓰기 방식의 두벌 타자기가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송기주는 가로로 찍고 세로로 읽는 네벌식 타자기를 출시하였다.


 

 


https://pat.im에서 팥알이라는 필명으로 두벌식과 세벌식 한글 키보드의 역사, 특징, 장단점과 자판 배치별 각 손가랃의 타수 분석 등에 대하여 매우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담긴 댓글들도 볼 수 있다.

한글 키에서 두벌실식과 세벌식 자판의 내용들은 대부분 팥알의 글을 참조로 하였다. 


 

  


미국의 뉴욕한인교회 목사였던 김준성은 1940년대 해방 이전에 Ramington사의 영문타자기를 고쳐서 풀어쓰는 두벌식 수동 한글 타자기를 개발하였다. 해방 직후 미군정청에 300대를 공급하면서 공공기관에 최초로 보급된 타자기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실물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랜 타자기이다. 하지만 풀어쓰기 한글은 모아 쓴 한글을 읽기에 익숙한 일반인에게 읽기가 어려웠고 실용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1959년 도덩보는 또 다른 풀어쓰기 두벌식 타자기 10대를 만들어 문교부, 한글학회 등에 기증하였지만 상용화 시키지는 않았다. 두벌식 자판이 수동 타자기에서는 풀어쓰기 밖에 할 수 없었지만, 1958년 송계범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가 모아 쓰기가 가능한 두벌식 자판의 전신타자기를 발표함으로써 두벌식 자판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1969년부터 송계범 전신타자기의 원리를 따르는 전시타자기 기종들이 정부기관에 보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모아 쓰기를 가능하도록 처리하는 전자장치에 열이 많이 나고 고장이 잦으면서, 1960년대부터 일부 정부기관에서 사용해오던 치과의사 공병우의 세벌식 전신타자기를 정부기관에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에 세벌식과 네벌식의 모아 쓰기 타자기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세벌식 자판은 일반적으로 1991년에 최종적으로 개량된 세벌식 최종을 말한다. 세벌식 자판은 숙련될 경우 초성/중성/종성을 동시 치기가 가능하여 입력속도가 매우 빠르고, 두벌식에서 나타나는 도깨비 불로 인한 오타가 없으며, 오랫동안 사용하더라도 두벌식에 비하여 손에 무리가 덜 간다. <3>은 두벌식과 세벌식의 비교이다[2].


 

두벌식 표준

세벌식 표준

분당 평균 타수

331

1.2%

고속 타자자의 비율(분당 750타수 이상)

353

11~12%

<3> 두벌식과 세벌식의 성능 비교


1982년 정부는 컴퓨터 키보드를 위한 두벌식 자판에 대한 표준규격(KS C 5715)을 제정하였고, 2007KS X 5002로 개정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글 타이핑에 대한 효율성보다는 영문 자판에서 26개의 알파벳 키와 한글 키를 일대일로 대응하는 호환성이 중요하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두벌식이 표준으로 되면서 세벌식은 상대적인 장점이 있지만 현재 사용자가 10만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글 표준 두벌식 자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는 쌍자음(ㅃ ㅉ ㄸ ㄲ ㅆ)과 이중모음 ㅒ ㅖShift 키와 함께 눌러야 하고, Shift 키와 같이 윗글쇠를 입력할 때는 타이핑 오류도 많이 발생한다. 2008년 서경대 김국교수는 두벌식 표준자판을 최대한 따르면서도 쌍자음 중에 비교적 빈도 수가 많은 를 단독 키로 배치하고, 빈도 수가 적은 이중 모음은 Shift 키를 누르는 대신 대응 문자 키를 두 번 치는 제자리치기입력 방식을 제안하였다[3],[4]. , /, /, /, /, /, /, /, /ㅢ의 짝을 정의하고 좌측의 모음을 두 번 치면 우측의 이중모음이 입력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타이핑 속도와 오타율이 적더라도 이미 두벌식 표준 자판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새로 학습하여 많이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키보드 제조사들이 새로운 키보드 배치를 따르는 것은 더 상상하기 어렵다.

 <4> <그림 11>은 정치/경제/문화/국제뉴스, 컬럼, 소설, 댓글 등을 모은 116,972글자에서 각 자모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이다.


문자

빈도

문자

빈도

문자

빈도

문자

빈도

0.0702

0.0289

0.0000

0.0625

0.0893

0.0029

0.0000

0.0210

0.0402

0.0026

0.0002

0.0001

0.0620

0.0009

0.0012

0.0174

0.0305

0.0106

0.0886

0.0022

0.0237

0.0010

0.0027

0.0075

0.0402

0.0001

0.0409

0.0007

0.1223

0.0000

0.0195

0.0044

0.0387

0.0015

0.0290

0.0036

0.0114

0.0005

0.0030

0.0001

0.0027

0.0005

0.0377

0.0023

0.0078

0.0001

0.0043

0.0064

0.0061

0.0000

0.0500

<4> 한글뉴스에서 자모의 빈도



초성과 종성을 구성하는 자음의 빈도는 59.6%로 모음의 40.4%로 왼손의 피로도가 오른손보다 19.2%포인트 높다. 자음의 빈도는 ㅇㄴㄱㄹㄷㅅㅈㅁㅎㅂ순이고, 자음은 ㅏㅣㅡㅓㅜㅙㅕㅔ순이다. 자판에서 왼손과 오른손으르 자판에 올려 놓을 때 손가락이 닿는 일곱 자모인 ㅁ ㄴ ㅇ ㄹ ㅓ ㅏ ㅣ의 빈도는 49.6%이고, 이중모음 중에서 ㅓ ㅏ ㅣ를 포함하는 ㅘ ㅚ ㅝ ㅟ ㅢ의 빈도 2.4%중에서 절반인 1.2%를 더하면 일곱 자모의 빈도는 50.8%로 손가락 위치를 전혀 변경하지 않고서도 절반 이상의 타이핑이 가능하다. <5>는 영문 QWERTY자판과 한글 표준 두벌식 자판의 타이핑 효율을 비교한 것이다.

  

 

영문 QWERTY 자판

한글 표준 두벌식 자판

왼손과 오른손 타이핑 비율

57.3% : 42.7%

59.6% : 40.4%

제자리 타이핑 비율

26.0%

(A S D F J K L)

50.8%

(ㅁ ㄴ ㅇ ㄹ ㅓ ㅏ ㅣ)

한손 타이핑

있음(: million)

없음

<5> 영문 자판과 한글 자판의 효율 비교


   왼손과 오른손간의 피로도 배분은 한글 자판이 약간 열세이지만 한글 자판은 영문자판과 달리 한손 타이핑 경우가 없으므로 왼손과 오른손 간에 타이핑 배분은 전체적으로 우위를 다툴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오른 손으로는 이동키와 엔터 키 등을 처리하고, 마우스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자모의 타이핑에서는 오른 손에 적게 배분이 되어야 합리적이다.  손가락을 자판에 올려 놓고 상하좌우로 움직움 없이 제자리에서 타이핑할 수 있는 비율인 경우 한글 자판이 영문자판보다 거의 두배 수준이다. 이는 한글자판이 더 빠르게 타이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판 배열임을 보여준다.   

 



[1] https://namu.wiki/w/도깨비불 현상

[2] https://prezi.com/tkdzoufehpkt/presentation/

[3] 한글 모음의 특성을 고려한 자판의 기능성 입력 방법, Journal of the Ergonomics Society of Korea Vol 28, No.4 pp.167-169, Nov.2009, 김국

[4] 사용빈도와 표준정합성을 고려한 컴퓨터 한글자판의 개선에 관한 연구, Journal of the Ergonomics Society of Korea Vol 27, No.3 pp.7-14, Aug..2008, 김국.유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