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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 대한 궁금증

1. 손글씨를 대신하는 키보드


 손으로 글씨를 쓰는 속도보다 키보드 타이핑이 빨라 진지는 꽤 오래 되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중앙컴퓨터에 연결된 터미널로 전산과목 숙제를 하면서 처음 키보드를 만져보고 나서 30년이 지나는 동안, 회사 업무나 개인 일이든 글을 쓰는 작업은 대부분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왔으니 이제는 신체의 확장된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글로 옮기고자 할 때 썼다 지우는 것을 반복하더라도 지우개 똥 하나 없이 쉽게 수정이 가능하니 참 편리한 필기구가 아닐 수 없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옛 선비들의 문방사우처럼 지금 시대에 글을 읽고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꼭 필요한 도구이니 컴퓨터와 같이 문방삼우라 해야 할까 싶다. 키보드와 마우스 이외에도 터치스크린이나, 터치패드도 이용하지만 글을 쓰는 데는 썩 편리하지 못하고, 도리어 컴퓨터 화면에 키보드를 그려놓고 키 자판을 터치하면서 글자를 입력하니 역시 키보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에는 구글의 검색엔진 ‘Ok Goog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Cortana’, 그리고 애플 폰의 ‘Siri’가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말을 하면 글로 바꾸어 주고 해당하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준다. 하지만 음성인식도 통상 많이 사용되는 단어표현에 대하여 학습되어 있고, 학습된 말만 입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임의의 말을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가끔 오른 쪽 어깨가 저리도록 아파와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클릭하는 것도 힘겹고, 키보드 치는 것도 힘겨울 때가 있다. 오른 쪽 팔을 내려놓고 쉬어보기도 하고, 왼손으로 오른 쪽 어깨 쪽을 주물러 보기도 하지만 잠시 그 때만 시원할 뿐 또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꼭 같이 상황이 누군가 지긋이 기분 나쁜 압박을 주는 듯한 느낌이 계속된다. 일년 365일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괜찮은 시간이 한동안(몇 주) 지속되다가 아프기도 하고, 한동안(몇 주) 아프다가도 어느새 아픔이 가시고 다시 괜찮은 상태로 가곤 한다. 손목터널증후군 현상 같기도 하지만, 평소 스트레칭과 운동이 부족한 때문이리라. 학창시절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연습장에 반복하여 쓰면서 외우는 공부를 할 때도 손가락이 아파오곤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가끔씩 느끼는 고통은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연필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둥근 모습이었다가 너무 잘 굴러다니는 것이 불편하여 누군가 육각형의 연필을 발명했다는 예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둥근 연필을 쥐고 더운 여름 날 땀에 벤 손으로 글씨를 쓰기에는 미끄러운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긴 지금의 샤프펜이나 볼펜을 보면 검지와 엄지로 쥐는 부분에 고무를 덧대어 펜을 쥔 손가락이 미끄럽지 않게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펜에 기울였던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현대의 문방삼우인 키보드와 마우스에도 마찬가지로 있을 것이다. 현재의 키보드와 마우스의 모습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아이디어의 실행은, 연필을 쥐었을 때의 편안한 느낌만큼이나 키보드와 마우스도 버튼 하나하나가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편하고, 펜 이상으로 효율적으로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서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를 위하여 태어난 마우스를 제외하고 실제 글을 입력하는 키보드만 살펴보고자 한다지금 사용하는 키보드는 영문과 한글자판이 같이 있고 자판의 버튼 수는 106개인 표준 모델이다. 키보드의 모양이나 키를 누르는 감촉등과 같은 디자인 요소들은 배제하고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하여 키의 구성과 배열을 주로 살펴볼 것이다.